음식
로컬 음식 도전, 그리고 몰래 버린 그날
입에 안 맞는 음식 앞에서 나는 참 약했다.
1232026.07.17

시드니 와서 처음 겪은 음식 쇼크
학기 초 호주 룸메이트가 자기네 가족이 자주 먹는다며 뭔가를 갖고 왔다. 베지마이트라는 거였다. 토스트에 얇게 펴서 먹는 거라고 했다. 나는 '아, 뭐 버터처럼 그런 거겠지' 생각했다. 근데 냄새부터 이상했다. 진짜 쌓인 먼지 냄새 같은 거였다. 하지만 내가 먹어야지. 룸메이트가 보고 있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그 순간.
혀가 존나 화났다. 짜고 쌉싸름하고 뭔가 시뻘건 금속 맛이 났다. 내 입 안이 폭탄 터진 것처럼 느껴졌다. 침을 못 삼킬 정도였다. 근데 룸메이트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진짜 고통스러운 미소였다. 바깥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장실 간다고 핑계 댔다.

욕실에 가서 입안에 들어 있던 베지마이트를 휴지에 뱉어냈다. 물로 입을 헹궜다. 근데 여전히 맛이 남아 있었다. 30분을 그 맛과 싸웠다. 나중에 인터넷을 봤더니 호주 사람들도 많은 양은 못 먹는다고 했다. 대부분 유명해서 시도하는 거고,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은 적다고. 그 얘기를 봤을 때 진짜 한숨이 나왔다.
마무리
지금도 시드니에 있고, 베지마이트는 여전히 슈퍼마켓에 널려 있다. 가끔 그날 생각하면 웃긴다. 근데 그 이후로 절대 베지마이트는 안 건드린다. 룸메이트 앞에서도 '너무 진하지 않냐'고 농담으로 던진다. 호주 음식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건 나한테 지금도 수수께끼다.